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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그림책이야기

선생님, 기억하세요?

by 내성적인마녀 2020. 10.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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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안녕하세요?

 

제가 드릴 말씀이 있을 때면 

선생님 옷깃을 당기고 귓속말을 했었는데, 

이번엔 편지로 전하려고 해요.

 

저 기억하세요?

새 학년 첫날부터 웅덩이마다 첨벙거리고서 학교에 나타났잖아요.

샛노란 비옷에 얼굴은 잔뜩 구긴 채로요.

학교는 제가 못하는 것만 하라는 곳이었으니까요.

얌전히 좀 있어라, 말 좀 잘 들어라. 

 

 

쫄딱 젖은 채로 뾰로통하게 서서는

이제 혼날 일만 남았구나 하고 있는데

선생님이 웃으면서 그러시는 거예요.

"안녕? 와, 그렇게 서 있으니까

지금 막 오고우에강을 헤치고 온 메리 킹즐리 같은데!"

 

"그게 누군데요? 오고우에강은 뭐고요?" 제가 그랬더니,

"메리 킹즐리라고, 엄청 용감한 탐험가가 있었거든.

언제 같이 책에서 찾아보자. 악어 얘기도.

그럼, 대걸레 좀 가져와 볼래?" 그러셨어요. 

 

세상에,  악어라니!

 

 

출석을 부르고 나서 선생님은 깜짝 선언을 하셨어요. 

"반갑다, 얘들아! 올해는 우리 반이 2학년 최초로 텃밭을 가꾸게 될 거야. 

진짜 근사한 실험이 되겠지?"

"와, 그럼 땅도 파겠네요?"

저는 막 신이 났어요.

 

"당연하지. 근데 우선 채소에 대한 책부터 읽고."

선생님의 설명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어요.

"수학도 해야 하고, 재배 일기도 쓸 거야."

아니, 책이라고요? 수학이요? 일기요?

뜀뛰기, 달리기, 그런 건 자신 있는데.

 

 

그다음 주였나, 여러 식물과 물에 대해 알아보려고 

학교 뒤편 개울에 갔던 일 기억하세요?

 

선생님이 안 보실 때 저 혼자 징검돌을 딛다가 개울 한가운데에 풍덩 빠졌잖아요.

그래 놓고선 뻔뻔하게 외쳤고요.

"저 좀 보세요! 꼭 메리, 그 사람 같죠?"

"어이쿠, 악어 나올라!"

그러면서 선생님이 달려와 저를 꺼내 주셨어요. 

 

학교로 돌아가는 동안 제 손을 꼭 쥐어 주셨죠?

제가 덜덜 떨고 있었던 건 비밀로 해 주셨고요. 

 


 

그동안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었어요. 

제가 말도 잘 안 듣고

선생님을 환장하게도 했지만

2학년 그해는 저에게 최고의 한해였다 고요.

 

제가 지금도 개울에서 첨벙거리고 

마당을 파헤치고

고양이한테 책을 읽어 준다는 소식은

선 생니께 별로 놀랍지 않을 거예요.

 

그보다 꼭 전해 드리고 싶은 건

제가 곧 첫 일터에 나간다는 소식이에요.

내일 아침, 그곳에 들어서면 

제 탐험의 길목마다 내밀어 주신 손길을 떠올리며

선생님처럼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거예요. 

 

 

제 선생님이 되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자 올림

 


말괄량이 제자와 따뜻한 선생님의 추억 속 이야기를 들어 볼 수 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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