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피 아저씨의 배에 동물들이 하나씩 올라탄다.
검피 아저씨는 동물들이 타는 것을 허락하면서 주의할 점을 한 가지씩 말해 준다.
고양이에겐 토끼를 쫓아다지니 말라고 하고 ,
강아지에겐 고양이를 괴롭히지 말라고 하고,
염소에겐 뒷발질을 하지 말라고
하지만 어느 녀석도 지키지 않는다.
결국 배는 뒤집히고 모두 강에 빠지고 말았다.
물에서 나와 강둑에서 몸을 말리는 동물들에게 검피 아저씨가 말을 건넨다.
무슨 말일까?
"거봐라, 조심하라고 했지. 다음부터는 그러면 안 돼." 우선 생각 나는 말은 이 정도다.
하지만 검피아저씨가 한 말은 전혀 달랐다.
"다들 집으로 돌아가자. 차 마실 시간이다."
아저씨와 동물들은 식탁에 둘러앉아 과자와 따뜻한 차를 즐긴다.
그리고 헤어질 때 검피 아저씨는 한 마디 한다. 다음에 또 배 타러 오라고....
아이들도 이미 경험했다.
'아저씨 말 안 듣고 장난쳤더니 고생하는구나,'
아이 스스로 배웠는데 거기에 말을 보탤 필요는 없다.
차라리 따뜻한 한마디가 낫다. 나는 언제나 너희 편이라는 마음을 보여 주는 말.
그런 말에 아이들은 더 많이 움직이고, 더 깊게 깨닫기 마련이다.
소란을 피우는 것도, 엉뚱한 일을 저지르는 것도 그저 아이의 모습일 뿐이고 그 모습 그대로 소중하다.
어른들은 그런 아이를 믿어야 한다.
물론 아이들이 사는 현실은 결코 만만치 않다.
존 버닝햄은 그럴수록 아이들에겐 오직 행복을 주고자 이야기한다.
아이들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아이들에겐 아이들의 모험을 인정하고,
아이가 상상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자는 것이다.
그러면 아이들은 스스로 자란다. 자기만의 개성을 지닌 어른이 된다.
소아정신과 의사 서천석의 「그림책으로 읽는 아이들 마음」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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