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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숲 아래서
바람은 구름을 몰고
구름은 생각을 몰고
다시 생각은 대숲을 몰고
대숲 아래 내 마음은 낙엽을 몬다
밤새도록 댓잎에 별빛 어리듯
그슬린 등피에는 네 얼굴이 어리고
밤 깊어 대숲에는 후둑이다 가는 밤 소나기 소리
그리고도 간간이 사운대다 가는 밤바람 소리
어제는 보고 싶다 편지 쓰고
어젯밤 꿈엔 너를 만나 쓰러져 울었다
자고 나니 눈두덩엔 메마른 눈물자욱
문을 여니 산골엔 실비단 안개
모두가 내 것만은 아닌 가을,
해 지는 서녘 구름만이 내 차지다
동구 밖에 떠드는 애들의 소리만이 내 차지다
또한 동구 밖에서부터 피어오르는
밤안개만이 내 차지다
하기는 모두가 내 것만은 아닌 것도 아닌
이 가을,
저녁밥 일찍이 먹고
우물가에 산보 나온
달님만이 내 차지다
물에 빠져 머리칼 헹구는
달님만이 내 차지다
시인 나태주
1945년 충남 서천군에서 태어나 충남대학교 교육대학원을 졸업한 후 45년 동안 초등학교 교사로 제직했다. 공주 장기초등학교 교장을 끝으로 교직생활을 마친뒤 시작에 전념하고 있다. 1971년<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 「대숲아래서」 가 당선되어 문단에 데뷔하였으며, 등단 이후 50여 년간 끊임없는 창작활동으로 수천편에 이르는 시 작품을 발표해왔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로 「풀꽃」이 선정될 만큼 사랑받는 대표적인 국민시인이다.
풀꽃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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