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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기억하고 픈 글

너를 기다리는 동안 - 황지우

by 내성적인마녀 2021. 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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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기다리는 동안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 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황지우

 


누군가를 오래 지루하게 기다려본 사람은 알 것이다. 잠시의 시간이 아니다. 오랜 시간, 한 시간이고 두 시간, 그 지루함과 과대망상과 망설임과 주저주저함. 그것은 고문이고 그것은 어둠이며 고통이다. 

 

우리는 깨닫는다. 기다린다는 것은, 단지 그 자리에 멈춰 서있는 것이 아니라 끝없이 어딘가로 가고 있다는 사실. 그가 이리로 오는 것이 내가 오히려 그에게로 가고 있다는 것. 그렇게 우리는 죽음 가까이 간다. 

 

「시가 나에게 살라고 한다. 」 -나태주 엮음.... 내용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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