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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기억하고 픈 글

목련꽃 그늘 아래서 - 신정숙

by 내성적인마녀 2021. 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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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꽃그늘 아래서

 

한 시절 저렇게 매달려 버티는 용기

한 시절 저렇게 추락으로 마무리하는 용기

 

 

목련꽃 피었다

목련꽃 진다

누렇게 날리는 저 포기의 각서들

 

 

매달려 있음의 저 화사한 픽션

지고 지고 또 지는 포기의 논픽션

 

 


목련처럼 그렇게 덩치가 커다란 꽃잎도 없다.

묵직한 꽃의 무게를 지탱하며 오래 매달려 있기란 여간 수월하지 않을 듯하다.

그래서 목련을 볼 때마다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사는 일도 매한가지일 거라고,

산다는 것은 비록 힘에 부치지만

사력을 다해 자기 존재보다 더 큰 한 송이 꽃을 피우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봄이 오기 전,

눈보라가 몰아치는 혹한의 계절을 견뎌내야만 한다.

세상에는 다양한 의견들이 공존 할 수 있지만,

누구나 죽음을 선택할 자유가 있다는 ,

그리고 그것이 용기라는 자살 예찬론자들의 말은 인정할 수 없다.

 

죽음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리라는 환상보다는

고통과 절망, 슬픔과 외로움을 용기로 삭혀낸

삶의 환상을 향해 다가가기를 소망한다.

 

어떤 생명일지라도 생명은 생명 그 자체로 감동을 준다.

생명이야 말로 용기이며, 환상이다.

모두 공감하다 시피  삶은 고통의 연속이고,

그렇기에 하루하루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환희이며 숭고한 의식이다.

 

누구든 살아있는 자는 아름답다. 살아간다는 용기는 눈물겹도록 애틋하다. 

 

「상처가 꽃이되는 순서 」 내용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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