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소. 그대의 정혼자 김희성이요.꽃이 마음에 안 드시오?꽃이 아니면 ...그렇담 내 쪽이구려..내가 마음에 안 드시오?미안하오 내 걸음이 많이 늦었소.
십 년이오. 십년 늦은 걸음을 이리 법도도 없이 한 것이오?할아버님 문중 묘제로 출타 중이시니 날을 잡아 다시 오시오.
날을 잡아 다시 오면 그땐 화가 좀 풀리겠소?
화가 난 게 아니라 놀라는 중이요. 생각했던 그대로의 사내라.
어떤?
희고 말랑한 약골의 사내
그대는 내가 생각했던 그대로가 아니요. 그대는 꽃 같소....
어찌 이런 곳에서 만나자는 거요?
동경의 남녀들은...
여기는 동경이 아니리 한성이오.
내가 또 잘못한 모양이요. 아님 내가 별별 이유로 다 싫은 거거나
싫고 좋고를 분간하기엔 두 번밖에 안 봐서
여러 번 보면 분간이 좀 되시겠소?
안 볼 수는 없겠소? 혼인을 물릴 방도만 궁리 중이라
그러지 마시오. 그러기에 나는 그대가 마음에 들었소
꿈속이 내내 꽃밭이더니 날 보러 와준 게요?
당구라는 놀이요. 배워보겠소? 내 가르쳐 주겠소.
그럴 시간 없소.
서양 사내들은 동무들끼리 이 놀이를 하오 꽤 재미있고...
미안하지만 거두절미하고 본론만..
이미 하셨소. 찾아온 것만으로도..
그대가 나를 찾아올 이유는 하나뿐이지 않소, 정혼을 깨자는 얘기.
혹.. 다른 정인이 있소?
다른 정인이 있으면 그건 혼인을 깨는 방법이 되겠소?
그럼 싸워야지. 누군지 몰라도 물러설 이유가 전혀 없소. 이건 전적으로 내가 유리한 싸움이라.
그러지 마시오.
그러길 바란다면, 날 자극하지 마시오.
내게 시간 낭비하지 말라는 소리요. 귀하에게도 꿈이 있을 것 아니요.
없소
사내로 태어나 대의가 없단 말이요?
꼭 있어야 하오?
아! 관직에 나가는 건 질색이요. 아침잠이 많아서,항의를 하자니 몸이 고단할 것 같고 진의를 하자니 마음이 고단할 것 같고 난 원체 무영 한 것들을 좋아하오. 달, 별, 꽃, 바람, 웃음, 농담... 그런 것들!!그렇게 흘러가는 대로 살다멎는 곳에서 죽는 것이 나의 꿈이라면 꿈이요.
그럴 수 있을 것 같소. 허나 나는 응원할 수 없소. 서로 멎는 곳이 다를 듯 하니.
이미 누구도 응원하지 않는 생이니..... 괜찮소.혼인을 할 수도 없고 정혼을 꺨수도 없으니 그저 다그치지 맙시다. 그냥 오늘은 그저 날 동무로만 남겨주면 안 되겠소?"
오늘 나는 왜 찾아온 거요?
전차 타자고 이렇게 둘이
그래서 표를 다 산거요?
나만 듣고 싶었소, 그대 얘기를...조신한 여인이 다리를 다칠 일이 뭐가 있지? 하는 그런 얘기들 말이요. 그 동안 맞춘 내 옷은 다 어디 있소 하는 얘기도앞으로 그대가 입는 옷은 내가 다 입는 걸로 하면 되겠소? 하는 질문도..
이미 설명한 것 같소만 일본으로 보냈다고
잘 입었다는 이야기 이리 하는 거요
전차 탔으니 다음에 박리품 구경 갑시다.
관심 없소
허면 뱃놀이는 어떻소?
강이 얼었소, 혹시 사냥 좋아하시오?
안 좋아하는데 왜 산에 가면 그대가 유리해지오?
날 죽일 꺼요?
그리할게 아니면 이리 합시다. 나를 그냥 정혼자로 두시오. 그대가 내 양복을 입고 애국을 하던 매국을 하던 난 그대의 그림자가 될 것이요. 허니 위험하면 달려와 숨으시오. 그게 내가 조선에 온 이유가 된다면 영광이요.
선물이었구려?
받겠소?
산에 가는 것보다야 나아서.. 산에 가면 내가 많이 유리해진다는 소리요.
영광이요...
무슨 잘못을 했는지 모르지만 그 벌 같이 받읍시다.
가시오. 나눠 받을 만한 죄가 아니요.
무슨 죄를 졌길래?
할아버지께 혼인하지 않겠다고 말씀드렸소.마음에 품은 다른 이가 있다는 것도. 전에 내게 다른 정인이 있나 물었소?
맞소. 마음에 품은 다른 이가 있소 그리고 난 그에게 모든 걸 걸었고. 돌이킬 수 없고 후회하지 않소. 미안하오 부디 나보다 더 좋은 여인을 만나시오. 파혼은 여인에게나 흉이지 사내에게는 흉이 아니니
그대가 다른 이를 맘에 들인 건 내 진즉에 알고 있었소. 진즉에 알았어도 무용 해소. 우리가 혼인한다는 납채서요. 그리고 방금 난 아주 나쁜 마음을 먹었소.
그 나쁜 마음이란 게 무엇이오?
나를 믿지 그랬소. 나를 믿지 못하겠거든 우리가 유예하자고 그랬던 약조라도 믿었어야지. 이리 무모하게! 이건 집안과 집안의 약조요. 시간을 들여서 깨야 하는 문제요
그 나쁜 마음이 혼인이 아니란 얘기요?
꽃을 보는 방법은 두 가지요. 꺾어서 화병에 꽃 거나 꽃을 만나러 길을 나서거나 나는 그 길을 나서보려 하오. 이건 나에게 아주 나쁜 마음이요 내가 나선 길에 꽃은 피어 있지 않을 테니파혼해 주겠소. 늦게 걸음 한 벌을 이리 받나 보오.
미안하오
그대 걱정만 하시오. 파혼을 하면 그대에게 흠이 될 것이오
난 그걸 원하오
나에게 시간을 좀 주겠소? 준비하는 일이 있어서 그것만 정리되면 당신이 원하는 흠 있는 여인으로 만들어 줄 테니 나를 믿어 주겠소?
떠나는 거요?
식솔들을 지켜주어서 고맙소.귀하가 괜찮았으면 좋겠소.
그대는 마침내 8번 공을 넣은 것 같구려.그대가 내 양복을 입고 매국을 하면 어쩌나 걱정했었는데 다행이오.
신문사를 차렸다 들었소. 나는 글의 힘을 믿지 않소. 허나 그대는 믿소
글도 힘이 있소. 누군가는 기록해야 하오 애국도 매국도 모두 기록해야 하오. 그대는 총포로 하시오. 내가 기록해 주겠소
응원하겠소. 혹 빈관을 지나갈 일이 생기거든 한번 들르시오. 가끔 8번 공 뒤에 내 공이 숨어 위험할 때가 있소 그럴 때 말이요.
그러겠소. 잘 지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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