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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기억하고 픈 글

불혹(不惑) - 파페포포 기다려 Episode 18

by 내성적인마녀 2020. 10.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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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마흔, 

 

불혹의 나이가 되면 

세상의 유혹들을 

이겨낼 수 있을 줄 

알았다. 

 

넓은 집, 멋진 스포츠 카, 미모의 여성...

 

하지만 난 오늘도

인터넷 쇼핑에 중독되어

어떤 옷을 살까 

고민하고, 

 

좀 더 넓은 집으로 

가고 싶은 마음에 부동산을 기웃거리고

 

퇴근길, 낡은 차를 타고 가면서도

멋진 스포츠카로 질주하는 상상을 한다. 

 

" 파페 씨~ 오늘 저녁은 갈치조림이에요. 어서 손 씻고 식사하세요."

 

"아빠 생선 가시 발라 주세요~"

 

난 능숙한 솜씨로 살을 발라 내어

아이의 숟가락 위에 올려 주었다. 

 

"정말 맛있다! 생선 많이 먹어야 키가 쑥쑥 크죠?  엄마~"

"그럼"

 

마흔이 되어 할 수 있는 건

생선 살을 손쉽게 발라내는 일....

 

뭐, 이 정도?


불혹(不惑)

마흔, 

유혹을 이겨낼 수 있는 나이

 

하지만 난 아직도 

마음이 흐려 물질을 더 많이 소유하고 싶어 진다. 

무엇인가 자꾸 채우려고만 한다. 

 

내 나이 마흔, 

이제 나는 생선살 부위를 골라서

흐트러짐 없이 뼈를 잘 발라낼 수 있다. 

 

언제쯤 삶의 옳은 것과 그른 것 또한 

잘 발라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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