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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기억하고 픈 글

상처에 대하여 - 복효근

by 내성적인마녀 2020. 1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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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입은 누이의 

화상은 아무래도 꽃을 닮아간다. 

젊은 날 내내 속 썩어쌓았더니

누이의 눈매에선

꽃향기가 난다. 

요즈음 보니

모든 상처는 꽃을

꽃의 빛깔을 닮았다.

하다못해 상처라면 

아이들의 여드름마저도

초여름 고마리꽃을 닮았다

오래 피가 멎지 않던

상처일수록 꽃향기가 괸다.

오래 된 누이의 화상을 보니 알겠다. 

향기가 배어나는 사람의 가슴속엔

커다란 상처 하나 있다는 것

 

잘 익은 상처에선 

꽃 향기가 난다. 

 


상처 :  성숙한 인간으로 만개하기 위한 내적 자양분

상처 입은 사람은 상처 입은 누군가를 직감적으로 알아본다. 상처를 입어 본 적이 없는 사람은 상처 입은 마음을 관통할 능력이 없다. 또한 상처가 아문 사람만이 마음이 상하고 찢긴 타인을 품을 수 있다. 지난날의 상처를 성숙하게 이겨낸 사람이 이심전심의 마음으로 상처 입은 누군가를 끌어안을 때 상처는 치유로 전환된다. 상처가 플러스와 마이너스가 되어 결합하는 그 지점에서 진정한 치유가 일어나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나이가 들수록 상처 입은 사람들에게 친근감이 느껴진다. 정확하게 상처를 삭여 꽃으로 피워낸 이들에게 마음이 먼저 가 닿는다. 저마다 머금고 있는 상처의 고유한 빛깔과 맛은 달라도, 상처만큼 인생의 식욕을 자극하는 향료도 없다. 

 

「상처가 꽃이 되는 순서」 내용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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