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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DRAMA/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12화 류재숙 시 - 연탄 한 장/안도현

by 내성적인마녀 2022. 8.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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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 한 장

                           안도현

 

또 다른 말도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방구들 선득선득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 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 오르는 거라네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연탄은,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

 

온 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생각하면 

삶이란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 

 

눈 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었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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