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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기억하고 픈 글

내가 읽고 또 읽은 너의 몸 / 이선영

by 내성적인마녀 2021. 1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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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고 또 읽은 너의 몸

 

너의 몸은 단 하나가 아니다

너의 몸이 네 마음 갈래처럼 여러 줄기라 해도 

나는 내 두 눈에 네 몸을 다 주워 담는다

너의 몸을 이뤄낸 가느다란 뼈 하나까지도

그러나 문득 보일 듯 말 듯 내 눈이 놓친 네 몸 깊은 곳

아주 작고 검은 점들을 보게 된다

네 오래 간직한 상처

내가 아직 읽지 못했고

끝내 다 읽을 수도 없을 

너의 두꺼운 한 권의 비밀!

나의 눈 바깥에 있는 또 다른 너

너의 시작이 그랬듯이 뿔뿔이 흩어질 것만 같은 네 몸에 

내 두 눈을 온통 쏠리게 하는

때로 네 몸 하나가 내 두 눈의 천체가 된다

 

 


대개의 비밀은 아픈 상처로 이루어져 있다.

시인은 말한다. 너는 한 권의 비밀이라고, 너는 한권의 몸이라고,

호기심을 요리하기에 최고의 재료는 비밀과 몸이다.

진정 그 영혼과 소통하고 아픈 상처를 캐내지 말아야 한다. 

이야기를 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상처를 덧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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