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노력을 즐겁게 한다.
중학교 2학년 때 일이다. 당시 영어 선생님은 신경질적인 여선생님이었다. 체벌이 허용되던 시절, 그분은 커다란 골프채를 잘라서 들고 다녔다.
그건 들고 있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좋았다. 그 골프채로 학생들을 때리는 건 한 번도 못했지만, 그 포스만은 함부로 범접할 수 없었다. 하지만 차가운 인상의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며 간혹 따뜻한 말도 해 주곤 했다.
한 번은 시험을 앞두고 아이들이 자습시간에 공부할 게 너무 많다면 시험에 나올 것만 찍어 달라고 애원했다. 선생님은 그런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애들아, 시험 잘 보는 방법이 뭔지 아니?"
"샘이 찍어 주시는 거요!"
"공부는 무식하게 해야 돼. 시험에 나올 것만 골라서 공부하는 건 공부가 아니야. 뭐가 걸릴지 몰라서 악어가 무식하게 입에 들어오는 건 뭐든 다 먹어 버리는 것처럼 그렇게 하는 게 공부 잘하는 비결이란다."
그때만 해도 나는 그 말이 무슨 말인지 몰랐다. 요령껏 시험에 나올 것만 찾아 공부하면 시간도 절약되고 쉬울 거라고 생각했다.
작가가 되고 나서 나는 오래도록 세상에 남을 좋은 명작을 남기는 것만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나의 꿈이었다. 그러나 불후의 명작이 어디 그렇게 쉽게 나오는가. 힘을 다해 작품을 쓰고 책을 내지만 실패를 경험할 때도 있다. 물론 달콤한 성공도 경험했다.
나는 1년에 한두 편 정도 책을 발간하는 작가였다. 다른 작가들에 비하면 아주 적은 건 아니지만, 그걸로는 가족을 부양하며 생활할 수가 없었다. 책이 안 팔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니 주로 안 팔렸다.
그때 나는 장사가 잘되는 가게를 눈여겨보았다 장사가 잘되는 가게는 물건을 많이 갖다 놓았다. 그리고 어떤 손님이 와서 어떤 물건을 찾더라도 척척 내주었다. 물론 그중에 잘 팔리는 물건은 잘 나갔지만 대부분의 물건은 그날 하루 종일, 아니 한 달 내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경우가 더 많았다. 나는 그 가게 주인에게 물었다.
"다 신경 쓰시려면 힘드실 텐데, 많이 팔리는 물건만 갖다 놓으시지 그러세요."
"나도 그러고 싶지요. 그런데 손님이 어떤 물건을 찾을지 모르는데 어떻게 잘 팔리는 것만 골라서 갖다 놓는단 말이오."
벼락에 크게 한방 맞은 것 같았다.
그거였다. 인해 전술 전략. 무식한 악어 전략. 그때부터 나는 영감이 떠오르거나, 책을 써달라는 부탁을 받거나, 기획안이 들어오면 거절하지 않고 미친 듯이 써댔다. 어떤 사람들은 다작한다고 손가락질하기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한달에 한 권씩 책을 낸다고 '월간 고정욱'이라는 별명까지 얻었으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하지만 꿈을 이루려면 노력해야만 한다. 많이 쓰다 보면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다는 신념이 있기 때문이다.
꿈을 이루려면 수없이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바흐는 천 곡 넘에 작곡했는데, 사람들은 그가 숨겨 놓은 것과 발표하지 않은 곡들까지 포함하면 3천 곡 이상 썼을 것이라고 한다. 슈베르트는 가곡으로 유명한데 그 역시도 600곡 이상썼다. 피카소는 더 지독하다. 유화와 드로잉 1만 3,500점, 판화 100,000점, 삽화 3만 4,000점을 그렸다고 한다. 게다가 도자기도 300점 이상 만들었다.
이처럼 천재는 엄청난 노력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부족하지만 나도 열정을 다해 1년에 10권에서 20권 정도의 책을 발간한다. 그중 성공하는 책은 겨우 한두 권이 고작이다. 그래도 나는 실망하지 않는다. 꿈을 이루려면 지금보다 더 노력해야 한다. 끊임없이 허공에 돌멩이를 던지다 보면 언젠가 날아가는 새를 떨어뜨릴 날도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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