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 씨랑 그러니까 그 시간들 사이에 제가 들어갈 자리가 있어요?
"송아씨.. 송아씨 여기 있었어요?
나 오늘 학교에서 연습했어요.
리허설룸 일정이 잘못되어서..
문자 봤죠? 반주 잘 맞췄어요?"
"네. 잘 맞췄어요."
"송아씨..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 "
"프랑크 소나타 있잖아요?"
"프랑크요? 송아씨 입시곡.."
"네 그 곡 바꿀까 싶은 생각이 들어서요."
"왜요?"
"잘할 수 있을 거 같았는데,
갑자기 내가 해낼 수 있는 곡이 아니었나.. 싶은 생각이 들어서요.
자신이 없어졌어요. 조금
준영씨도 그럴 때 있었어요?"
"네. 있죠. 내 곡이 아닌 것 같은 곡들이...
간절하게 내 것으로 만들고 싶지만 그만큼 더 어렵고 힘드닌까
다른 편안한 곡들로 도망치고 싶고
근데 도망쳐도 나아지는 건 없더라고요.
놓아버린 곡에 대한 목마름만 더 커지고
결국 다시 괴로워지고 그리워지고"
"미련일까요?"
"미련?! 어쩌면요"
"그러닌까 곡을 바꿀 때는
신중하게 생각해서 결정했으면 좋겠어요..
어디까지나 내 경험이 그렇다는 거지만요"
"힘내요...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서 미안해요."
"아니에요... 괜찮아요."
"오늘 학교에서 연습하다 갈 거예요?"
"아니요. 오늘은 집에서 할래요. 좀 피곤해서....."
"어디 아픈 건 아니죠?"
"아니에요.."
늘 당당했었던 송아였었는데......
웃는 모습도 슬퍼 보여요...
"과장님이 별 이야기 안 했어요?
말씀을 좀 부드럽게 하시는 분이 아니어서
혹시 송아씨 기분이 상하지 않았을지?"
"좋은 얘기만 해 주셨어요. 악기 말고 다른 길도 있다고...
현실적으로 너무 늦었데요..
다른 친구들은 바이올린을 20년씩 했는데
나는 그 절반도 안 되는 시간...
따라잡는 건 사실 불가능하다고요.
그 쌓인 시간을 넘어설 만큼의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사실 울컥했는데..
너무 맞는 말씀이어서 조언 감사합니다. 하고 말았어요."
말보다... 따뜻하게 손 잡아주기.....
(이 동네 주변 사람들은 다 왜 이모양인지.....)
늦게 시작했으니까 좋아하는 마음 만으로는 이미 쌓인 시간을 따라갈 수 없는 걸까?
(바이올린도..... 준영도......)
"안 놓쳤다 송아씨~~~~"
"어 준영 씨?! 반주 맞추러 안 갔어요?"
"네. 혼자 보내기 싫어서 왔어요."
"근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 줄 몰라서 서울 가는 표는 안 샀는데 준영 씨도 안 샀죠?"
"표요? 안 샀죠."
"다행이다. 근데 왜 웃어요?"
"가요."
"우리 저녁은 터미널 가서 간단히 먹을까요?"
"나 지금 터미널 안 갈 건데.. 빨리 가요."
"왜요. 서울 안 가요?"
"여기가 내가 처음으로
피아노를 배운 곳이었어요. 6살 때...
중학교 때 서울로 이사 가지 전까지는
여기서 제일 많은 시간을 보냈어요..
집에 피아노가 없었거든요. "
"부모님은 가게 때문에 바쁘셔서
여기서 하루 종일 살았어요.
근데 그게 좋았어요. 집에 가도 어차피 아무도 없고
그래서 애들이 다 싫어하는
체르니 하농도 재미있게 쳤던 것 같아요"
"체르니랑 하농을 치는 준영씨가 상상이 안 가서...."
"나 졸업한 초등학교도 여기서 가깝거든요.."
어머님 가게에서 저녁 먹겠다는 송아......
"고마워요. 불편할 텐데...."
"진짜 무심한 아들이네요.. 준영 씨~
여기까지 내려와서 어머님을 못 뵈었으면 모를까
만났는데 어떻게 그냥 가요~~~
친구 데리고 온 적도 없었다면서요?"
"네 처음이에요. 이런 기분도 처음이고...."
"나 배고파요. 얼른 먹어요"
"많이 먹어요... "
"준영 씨도 얼른 먹어요"
담담하게 자신의 아버지의 이야기와 자신의 힘든 부분을 이야기하는 준영....
"아버지가 까먹은 돈을 메꾸려고 피아노 치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도 적어도 남들한테 손 안 벌리고
내 선에서 해결하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그렇게 참고 참았었는데...
그 마저도 아녔더라고요.
이사장님하고 그리고 정경이까지 도와줬었다는 걸
얼마 전에 알았어요.
아~~ 오늘 송아씨 따라올 때는 이런 이야기 할 줄 몰랐는데........."
"고마워요 이야기해 줘서.. "
"제가 고맙죠. 이런 이야기 하게 해 줘서..."
송아도 대전에 온 이유가 교수님 액세서리 심부름 때문이었다고 이야기함....
"이런 거까지 해야 하나 싶었는데....
네 알겠습니다. 하고 왔어요..
그래서 솔직히 대전 가기 싫다는 생각만 하면서 버스표 샀는데...
지금은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고마워요.... 같이 와줘서...."
준영에게 우산을 선물하는 송아~
"지금은 준영 씨 머무를 곳이 있으니까.."
"고마워요. 정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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